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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의 대화

교회를 지켜온 고룩한 네 기둥

by 달별집사맘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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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히르 반 데어 베이덴의 동정녀를 그리는 성 누가

15세기 네덜란드의 화가인 로히르 반 데어베이덴의 작품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델은 젊은 여인과 그녀의 어린아기. 여인은 지금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 하고, 화가는 그 장면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모델들의 순수함과 천연스러움에 넋이 빠진 모습입니다. 그는 무언가 대단한 예술작품을 만들겠다는 창조자의 의지를 가졌다기보단 모델들에게 벌어지는상황을 소중히 여겨 이를 기록하겠다는 기록자의 자세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그의 이름은 누가이고 그가 그리느느 대상은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입니다. 그는 누가복음의 저자 누가가 화가이기도 했음을 잘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성경에는 그가 의사였다고 기록돼 있지, 화가였다는이야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그를 화가로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그가 의사로 그려진 적은 드물어도 화가의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무수히 그려졌습니다. 그 대표적인 걸작의 하나가 베이덴의 동정녀를 그리는 성 누가 입니다. 

물론 복음서의 저자이니만치 그는 아무 소재나 그리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모의 모습만을 집중적으로 그렸습니다. 사람들의 그를 성모의 화가로 믿다 보니, 한때는 작자 미상의 많은 성모 초상이 죄다 그의 작품이라고 인정됐습니다. 물론 역사적 근거를 가진 경우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어쨋든 복음서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이 화가였다는 일반의 믿음은 중세 화가들의 사기를 크게 높여주는 것이어서, 화가들은 누가를 자신들의 대표적인 수호 성인으로 삼았습니다. 성모를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고 형상화하는 화가를 감히 누가 업신여길수 있겠을까요? 그런 자존심과 자부심이 화가 베이덴의 그림에는 넘쳐흐릅니다.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 그것이 평화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한다면 지금 성모에게서 시작된 평화는 집 안 뿐 아니라 저 먼 하늘에 이르기까지 온 세상을 충만히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헨 궁정화파가 그린 채색 필사본 4복음서 저자

이 평화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누가는 이제 곧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서재에 들어가 평화의 복음을 쓸 것인데 서재에는 책과 종이가 있습니다. 그것들은 누가의 또다른 사명을 상징하는 상징물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책상 밑에 점잖은 황소 한마리가 엎드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황소는 무엇인가? 그것역시 누가와 관련된 상징물인가?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서양 회화사는 성경의 네 복음서 저자에게 각각 고유한 상징 동물을 부여햇습니다. 마태에게는 사람, 마가에게는 사자, 누가에게는 황소, 요한에게는 독수리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들 네 피조물은 모두 날개가 달린 형상으로 그려졌습니다. 마태에게 상징물로 사라미 주어진 것은 마태복음이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이런식으로 사람이 사람을 낳는 족보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마가에게 사자가 상징물로 주어진 것은 복음서의 서술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곧 세례자 요한 이야기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광야에서 포효하는 대표적인 짐승은 바로 사자입니다. 

누가의 상징물이 황소인 것은 제사장 사가랴가 분항하는 내용으로 복음서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제사에 쓰이는 대표적인 희생 제물이 바로 황소인 까닭에 누가는 황소를 그의 영원환 회화적 동반자로 삼게 됐습니다. 요한은 복음서뿐만 아니라 계시록의 저자로서 흔히 하늘의 뜻을 가장 선명한 비전으로 본 서경 기자로 꼽힙니다. 하늘을 오르내리는 독수리가 그의 상징물이 된 것은 그러무르 지극히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렇듯 제각각의 동물로 상징화된 복음서와 복음서의 저자들은 특히 채색 필사본 그림과 로마네스크,고딕조각에 많이 등장합니다. 

파올로 베로네세의 헤라클레스와 데메테르 여신에게 찬사를 받는 베네치아

베네치아가 16~18세기 유럽 미술의 중요한 근거지의 하나로 발돋움하면서 마가는 틴토레토나 베로네세 같은 대가들에 의해 빈번히 그러졌습니다. 파올로 베로네세의 헤라클레스와 데메테르 여신에게 찬사를 받는 베네치아에서 우리는 상징화된 마가를 만날 수 있는데, 바로 베네치아 여신의 발 아래 그려진 사자가 그입니다. 이 그림에서 우리는 곡물과 수확의 신 데메테르와 영웅 헤라클레스가 베네치아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는 모습을 불 수 있습니다. 중년 남자로 묘사된 헤라클레스는 몸을 앞으로 숙여 존경을 표시하고 있고, 풍성한 수확물을 들고 온 데메테르는 베네치아의 발 앞에 그것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숱한 모험과 투쟁에서 승리한 존재와 풍요를 약속하는 존재가 이렇듯 모두 베네치아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잇으니 베네치아의 영광과 풍요는 앞으로도 영원할 것입니다. 그것을 사자로 분한 수호성인 마가가 또 확고히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독교의 성인은 때로 이교의 신, 영우과도 어우러져 서양 회화의 한 장을 화려하게 꾸며주었습니다. 특히 복음서 저자가 모두 네 명이라는 사실은 이사야, 예레미야, 에제키엘, 다니엘 등 4대 예언자와 암브로시우스,히에로니무스, 아우구스티누스, 그레고리우스 등 4대 교부와 더불어 교회의 네 귀퉁잉르 안전하게 떠받드는 디딤돌로 이해됐고., 교회의 둥근 돔 아래 정방향의 구조로 인해 형성되는 초승달 모양의 루넷이나 삼각형 꼴의 펜덴티브에 이들 복음서의 저자들이 번번히 그려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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